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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디자인/상표 소식

[IP트랜드]붉은 구두 밑창을 둘러싼 거대 패션 기업의 대결-색체상표, 디자인등록, 변리사, 특허사무소

 








패션에 관심이 있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패션을 완성하는 최고의 아이템으로 꼽게 되는 것이 구두일 것이다. 2000년대 전 세계의 여성들을 열광시키며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미국 드라마 섹스앤더시티(Sex and the City)의 영화판 ‘섹스앤더시티 더 무비(Sex and the City the Movie)에서는 빨간 밑창(red sole, 레드솔)이 특징인 크리스챤 루부탱(Christian louboutin)의 구두가 마치 이들의 삶의 일부처럼 자연스레 녹아들어 영화 곳곳에서 등장한다. 헐리우드 스타들은 레드카펫 등 행사에서 루부탱 구두를 신는 것이 관행처럼 된지 오래고,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남다른 패션 감각으로 주목 받는 아이돌 빅뱅의 GD&TOP이 루부탱의 신발을 신고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런 연유로 소위 ’패션을 좀 안다‘ 하는 여성들은 루부탱이 최고의 구두 브랜드 중 하나라는 사실에 이견이 없을 것이며, 이들은 빨간 밑창만 봐도 자연스럽게 크리스챤 루부탱을 연상할 수 있기에 이르렀다. 루부탱은 ’모든 여성들은 쇼걸(show girl)이 되고 싶어 한다‘고 그의 디자인이 사랑 받는 이유를 언급한바 있는데, 빨간 레드솔은 레드카펫과 결합되어 이러한 여성의 로망을 최대로 끌어올려주는 효과가 있는 것일까? 한켤레에 600달러에서 3000달러를 호가하는 이 구두는 사악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없어서 못 파는 귀한 존재다.
 




 





크리스챤 루부탱이 붉은색의 구두 밑창을 창조한 최초의 인물은 아니었다. 프랑스 루이 14세는 그의 춤 솜씨를 더욱 뽐내기 위해 붉은 밑창의 구두를 신기 시작했으며 왕족의 지위를 상징하기 위해 오직 그의 궁정 멤버들만이 신을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이는 곧 베르사이유 궁전에서부터 영국,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 유럽 곳곳의 왕실로 유행처럼 번져나갔고, 아직도 영국에서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매년 영국 의회 오픈 행사에서 빨간 밑창의 구두를 신는다고 한다.

오늘날 여성들이 레드솔 구두에 열광하는 것이 루이 14세의 화려한 발동작에 대한 동경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 터. 그렇다면 크리스챤 루부탱은 언제부터 구두 밑창에 빨간색을 넣기 시작하게 된 걸까? 크리스챤 루부탱의 레드솔은 1992년 오픈한 크리스챤 루부탱 브랜드와 그 역사를 함께하는데, 재밌게도 크리스챤 루부탱은 완성된 구두에 어시스턴트가 옆에서 사용하고 있던 붉은색 매니큐어를 칠해보면서 붉은 밑창에 대한 아이디어를 최초로 얻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한 시즌만 사용하고 다음 시즌에는 녹색을 사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던 루부탱은 붉은 밑창의 구두를 신어본 소비자가 자신이 그 구두를 신고 있을 때 남성들이 보여줬던 반응을 전해 듣게 되면서 생각을 바꾸어 그 구두를 신는 여자들을 섹시하게 만들어주는 붉은색 레드솔을 그의 시그니쳐로 지속적으로 사용하기에 이른다. 이후 레드솔은 하나의 패션 아이콘으로 자리 잡으며 파리의 한 작은 부티크로 시작한 그의 브랜드를 전 세계 30개 매장을 갖춘 왕국으로 거듭나게 한 발판이 되어준다.
 





 

크리스챤 루부탱은 2007년 3월 그의 브랜드의 시그니쳐인 구두 밑창의 붉은색을 미국특허청에 상표로 출원한다. 일정기간동안만 독점권을 허용하는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권1과 달리 상표권은 주기적인 갱신을 통해 무기한으로 권리를 보장 받을 수 있으므로, 색채상표2로 등록을 받는다는 것은 해당 색채의 독점적 사용에 대한 영속적인 권리를 확보한다는 의미가 된다.

 

 
루부탱은 출원서에 상표의 설명을 다음과 같이 작성함으로써 권리화 하고자 하는 상표는 구두의 디자인과 상관없는 구두 밑창의 붉은색임을 명시하고 있다.
 
 


 
루부탱의 레드솔 상표 출원은 2008년 1월 미국 특허청에 등록되어 공식적으로 권리를 인정받게 된다.

1 국내 특허법상 특허는 출원일부터 20년, 실용신안은 출원일로부터 10년, 디자인권은 설정등록일로부터 15년 동안 독점적인 권리를 부여하며, 미국 디자인권의 경우 올해부터 디자인보호법 개정안이 발효되면서 보호기간이 기존 14년에서 수정되어 15년 동안 독점권을 보장한다.
2 기호, 문자, 도형 또는 입체적 형상 또는 이들을 결합한 것의 각각에 색채를 결합한 것뿐만 아니라 색채 자체만으로 구성된 표장에 대하여도 등록대상으로 하는 국가들이 있음. 우리나라는 1995년 개정 상표법에 의해 도입되었음.(‘색채전쟁 – 단일 색채상표의 등록요건과 대표사례‘ 보러가기)







레드솔을 자신의 브랜드 만의 시그니쳐로 보호하고자 하는 크리스챤루부탱의 움직임은 이전부터 있었지만 2008년 상표 등록이 완료된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는데, 그중 가장 이슈가 된 것은 파리 쿠튀르의 황태자로 불리던 디자이너 브랜드 입생로랑(Yves Saint Laurent)를 향한 것이었다. 2011년 4월 크리스챤 루부탱은 입생로랑을 상대로 뉴욕 법원에 레드솔의 사용으로 상표법을 위반하였다며 100만 달러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다.
 

 
2011년 7월 25일 루부탱측 담당 변호사 할리 르윈(Harley Lewin)은 뉴욕 법원에서 ‘입생로랑의 레드솔 구두를 대량생산 및 판매하도록 한다면 크리스챤 루부탱의 브랜드에 돌이킬 수 없는 해가 될 것이며, 제 3의 생산자가 상표법을 위반하도록 부추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항변하며 입생로랑의 레드솔 제품의 판매금지를 촉구했다.
 
이에 담당 판사 빅터 마레로(Victor Marrero)는 2011년 8월 10일 판결에서 ‘패션산업에서 색은 장식적이고 미학적인 필수 요소이며, 이에 루부탱의 레드솔을 상표권 보호 대상으로 보기 충분치 않다’며 루부탱이 제기한 입생로랑의 레드솔 구두 판매금지 가처분신청을 기각하였다. 이 판결은 자연스레 루부탱 측의 패소를 예견하게끔 했는데, 만약 최종판결에서 레드컬러의 상표성을 부정당하게 된다면 브랜드의 핵심 아이덴티티인 레드솔의 상표권이 무효화 될 수 있는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2011년 10월 19일 루부탱은 입생로랑의 레드솔 구두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법원의 판결에 대한 항소심을 신청한다.






2011년 10월 24일 맨하탄에 위치한 연방제2항소법원에서는 루부탱에 대한 지지를 표하기 위해 유명 패션 디자이너 다이앤 본 퍼스탠버그(Diane von Furstenberg)를 비롯한 패션 인사들도 함께 자리한 가운데 입생로랑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 항소심에 대한 루부탱 측의 최종변론이 있었다. 루부탱은 이번 소송이 20년간 어느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의 힘으로 키워온 자신의 브랜드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며 다시 한 번 레드솔 상표권에 대해 항변했다.
 
2012년 2월 8일 이어진 항소 2심에서 그는 페라리(Ferrari)의 레드컬러와 에르메스(Hermès)의 오렌지컬러, 그리고 미국 식품회사 캐드버리(Cadbury)가 보라색 패키지의 사용에 관련해 네슬레(Nestlé)와의 소송에서 승리한 판례 등을 언급하며 이미 업계에서 컬러가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로 활용되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자신이 패션에서 사용되는 모든 붉은 컬러를 독점하겠다는 게 아니라 특정한 위치에 사용되는 특정 붉은색 만을 권리범위로 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미국에는 컬러만으로도 여심을 흔드는 파워를 가진 또 하나의 브랜드가 있는데, 바로 색채상표의 대표격인 ‘robin's-egg blue’ 컬러를 보유하고 있는 귀금속 회사 티파니(Tiffany & Co)다. 티파니는 2000년에 이미 박스와 쇼핑백, 카달로그에 컬러를 권리부로 하여 상표권을 출원하여 등록 완료하였으며, 루부탱과 마찬가지로 출원서에 각 상표권의 권리범위는 물품의 크기 및 형상이 아닌 컬러임을 명기함으로서 색채상표임을 강조하였다. 
 
 


티파니는 2011년 10월 24일 항소심에서 루부탱의 권리주장을 지지하는 법정 조언자(amicus curiae3)로 나서면서 루부탱 측에 힘을 실어 주었다. 두 브랜드는 모두 패션 비즈니스 카테고리에 속하고,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좌우하는 것이 형상이 아닌 컬러이며 바로 이 컬러를 권리화 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 크리스챤 루부탱의 상표권이 무효화 된다면 자신들의 상표권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을 우려해 이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크리스챤 루부탱을 향한 지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상표관련 국제기구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국제상표연맹(INTA, International Trademark Association)도 같은 날 크리스챤 루부탱을 지지하는 법정 의견서(amicus curiae brief4)를 제출해 지원사격에 나섰다.
 

 
하지만 제 3자의 지원이 루부탱을 향한 것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2012년 1월 4일 미국의 저명한 법대 교수진으로 이루어진 전문가 그룹이 ‘루부탱 측의 판매금지 요청을 들어주는 것은 특정 기업에게 색채의 독점을 허용하는 것이며, 혁신과 경쟁의 자유 보호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를 거절해야한다‘라며 입생로랑을 지지하는 법정 의견서를 연방항소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판례를 주요 법원으로 보는 미국법의 특성상 루부탱과 입생로랑의 레드솔 싸움은 패션산업의 색채상표 권리확보에 대한 중요한 기점으로 인식되면서 업계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게 된다.


라틴어로 ‘법정 조언자’라는 뜻으로, 영어로는 ‘friend of the court’라고도 불림. 해당 사건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제 3자가 법정에 전문인 입장으로 나서서 자문 진술을 하는 것을 뜻한다. 법적 자문, 진술, 혹은 전문의견의 형식으로 구성.
법정에서 직접적으로 이루어지는 진술이 아닌 문서의 형태로 자신의 생각과 입장을 진술하는 것을 말함.






2012년 9월 5일 뉴욕 맨하탄 항소법원은 ‘레드솔은 구두 전체의 컬러가 붉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상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크리스챤 루부탱의 상표권을 일부 인정해주었다. 법원은 “패션업계에서 특정 색깔을 트레이드마크(상표권)로 볼 수 없다는 원심 법원의 판단은 미학적 기능성에 대한 원칙(doctrine of aesthetic functionality)을 부적절하게 이해한 결과로, 부당하다”고 설명했다.
 
루부탱 측 변호를 맡은 할리 르윈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루부탱 뿐만 아니라 패션업계 전체를 위한 큰 승리”라고 전했다. 반면 입생로랑의 담당 변호사 데이비드 번스타인(David Bernstein)은 “이번 판결에서 구두 전체가 동일 컬러인 경우는 권리범위에서 제외한다고 분명히 하고 있기에 입생로랑에서 70년대부터 판매해 왔던 전체가(밑창부분을 포함한) 단일 컬러인 제품에 대한 판매는 계속될 수 있다“며 이번 판결이 루부탱 측의 완벽한 승리 혹은 입생로랑 측의 패배라는 일부 언론의 의견에 반박했다.






2012년 10월 16일 입생로랑 측에서 루부탱의 상표권 무효화와 관련된 사안이 남아있던 소송을 자진 기각하면서, 1년 넘게 지속된 두 거대 패션기업 간의 소송전은 종결되었다. 이번 소송은 단순히 한 기업의 상표권리 행사를 위한 해프닝에 그치지 않고, 패션업계에서 한 기업이 특정 색채에 대한 권리를 영속적으로 독점하는 것이 정당한가를 타진해 보는 것으로 그 의미가 확대되면서 색채상표권자 뿐 아니라 미국 전체 법률계와 패션업계 모두에게 중요한 판례로 남게 되었다. 또한 세계 미디어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은 몇 안 되는 색채상표 소송 중 하나이기도 해 여러 의미로 기념비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한 기업에 영속적, 독점적으로 주어진 특정 물품(위치)에 적용되는 색채에 대한 사용권리가 과연 일부 전문가의 의견처럼 공정한 경쟁과 혁신을 방해하는 장애물로 작용할지, 아니면 일정한 범위의 권리를 효과적으로 보호해줌으로써 산업발전에 기여하게 될지는 앞으로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일이다.


  참고사이트

- http://ipporn.net
- http://fashionlawwiki.pbworks.com
- www.fashionlawnotes.com
- www.vogue.co.uk/
- www.wwd.com/

 
글 / 디자인맵 편집부
출처 : ⓒKI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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