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특허/디자인/상표 소식

나를 상품화 할 권리 - 퍼블리시티권-부정경쟁방지법, 초상권

 






작년 영국에서는 영국 법계의 기념비적인 판결이 있었다. 세계적인 팝스타 리하나(RIHANNA)가 영국의 의류 브랜드 탑샵(Top Shop)을 고소한 소송에 관한 것이다. 2012년 말 탑샵은 사전 허가 없이 리하나의 “We Found Love” 뮤직비디오에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그녀의 얼굴 이미지를 자사 제품 티셔츠에 인쇄하여 판매했고 이에 리하나 측은 탑샵의 모기업인 Arcadia Group Brands Ltd.를 상대로 소송을 재기한다. 2013년 7월 영국 대법원이 “허가 없이 리하나 이미지가 인쇄된 티셔츠를 판매하는 것은 사칭(passing off)하는 것과 동일하며, 이는 결과적으로 그녀가 자신의 명성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게 되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며 탑샵에게 14일 안에 리하나 측에 20만 파운드(약 3억 5천만원)를 지급하고 약 10만 파운드(약 1억 7천만원)에 달하는 소송비용을 대신 지불하도록 명령함으로써 이 소송은 리하나의 승리로 일단락 났다. 이 소송이 기념비 적인 까닭은 영국법 상에는 퍼블리시티권이 따로 존재하지 않아 특정 인물의 초상 이미지도 해당 이미지가 상표권으로  등록되지 않은 이상(영국에서 이미지가 상표로 등록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합법적으로 구매한 경우에는 사용이 자유롭기 때문이다. 이 판결로 퍼블리시권이 존재하지 않는 영국에서도 퍼블리시티권과 유사한 권리를 인정한다는 최초의 판례가 생기게 된 것이다.

 
 
 


퍼블리시티권(right of publicity)을 가장 먼저 규정한 국가는 미국이다. 초기 미국에서는 사람의 성명, 초상을 허락 없이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행위에 관하여 인격적 프라이버시권(right of privacy)을 침해하는 것으로 보았으나, 1950년대에 들어 연예·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발달로 유명인의 성명 또는 초상이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경우 정신적, 인격적 손해배상 보다는 재산상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이 많아졌다. 그러던 중 1953년 연방제2항소법원이 ‘Haelan Laboratories, Inc. v. Topps Chewing Gum, Inc. 사건’에서 “유명인에게는(이 사건에서는 프로야구선수) 프라이버시권의 성격 외에도 자기 사진이 가진 공표와 관련된 배타적 특권을 허용할 권리가 있다”고 판시함으로써 최초로 퍼블리시티권을 프라이버시권과는 다른 재산권으로 인정하게 된다. 이 판결 이후 유명인은 자기 성명 또는 초상이 갖는 ‘퍼블리시티 가치(publicity value)’가 프라이버시권과는 별도의 권리로 보호를 받게 되어, 그 가치정도에 비례하여 사용료를 청구하거나 손해배상의 청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언뜻 별 차이가 없어 보이는 퍼블리시티권과 프라이버시권 이 두 가지 권리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퍼블리시티권은 ‘초상, 성명 등의 상업적 이용에 관한 권리’ 즉 사람 자체를 가리키는 것(identify)을 광고 및 상품 등에 상업적으로 이용하여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권리라고 이해되고 있다. 프라이버시권은 ‘개인이 타인의 간섭과 공적인 영역으로부터 고유의 정보를 노출시키지 않는 자유를 확보하는 권리’로, 두 권리 모두 ‘특정인의 인격적 속성이 무단으로 이용되는 경우’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프라이버시권은 초상의 무단사용으로 생기는 당혹스럽거나 모욕적인 감정에 대한 침해(dignitary harm)를 보호하기 위한 것인데 반해, 퍼블리시티권은 초상의 상업적 가치침해(commercial harm)를 보호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따라서 프라이버시권은 얼마만큼의 정신적 고통을 받았는지가 손해산정의 기준이 되는 반면, 퍼블리시티권은 재산적 손실이 발생한 경우를 침해로 보며 재산권 침해의 정도가 그 손해의 산정 기준이 된다. 또한 인격권적 성격의 프라이버시권은 일신전속의 속성이 있어 양도가 불가능하지만, 재산권적 성격의 퍼블리시티권은 양도가 가능하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의지적으로 초상을 공개하여 영리를 추구하는 연예인의 경우 프라이버시권에 대한 권리주장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반면, 재산적 손해와 관련된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권리주장은 일반인보다 더욱 유리할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흔히들 누군가가 자신의 사진을 허가 없이 찍을 때 농담 삼아 ‘초상권을 침해했다’고 하곤 한다. 그럼 퍼블리시티권은 우리가 아는 ‘초상권’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초상권(right of portrait)이란 인간이 자신의 얼굴1에 대하여 가지는 인격적, 재산적 권리를 뜻한다. 초상권을 인격권의 하나로 보는 견해도 있으나 인격권과 재산권의 양면을 갖는다는 견해도 있다. 인격적 권리는 프라이버시권과 유사한 개념이고 재산적 권리는 퍼블리시티권과 유사한 개념이므로 따라서 초상권은 프라이버시권과 퍼블리시티권의 성격을 모두 가지는 퍼블리시티권의 상위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1 여기서 말하는 얼굴은 외형적 얼굴뿐만 아니라 음성, 성명, 서명 등 사회통념상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특징을 말하는 것임.






대한민국은 영국과 마찬가지로 아직까지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명문의 규정이 없지만 최근 판례를 통해 점차 유사 개념을 인정해주고 있는 추세이다. 최근 대표적인 판례는 2010년 ‘마구마구 사건'으로 전직 프로야구 선수들이 ‘마구마구’라는 인터넷 야구게임을 제공하고 있는 ’CJ인터넷’에게 자신의 성명에 대한 사용 금지를 요청하자 성명 대신 이니셜을 사용하기 시작한데서 비롯되었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성명이나 초상 등 자기동일성이 가지는 경제적 가치를 상업적으로 사용하고 통제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라고 설명되는 퍼블리시티권을 명시적으로 규정한 실정법이 존재하지는 않으나, 사회통념상 그 권리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으며 성명이 아닌 이니셜 또한 그 사람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변형된 것으로 보아 퍼블리시티권의 침해를 인정하고 퍼블리시티권이 재산권적인 성격을 가진다고 본다고 판시했다.2
 

 
이밖에도 최근 인터넷의 발달로 일부 성형외과나 쇼핑몰 등에서 연예인의 이미지를 홍보의 목적으로 무단 활용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최근 장동건, 송혜교, 김남길, 소녀시대, 원더걸스, 슈퍼쥬니어, 2AM, 2PM 등 연예인 35명이 지난해 1월 성형외과 블로그 게시물에 자신들의 이름이나 사진이 포함된 것을 문제 삼아 1억 7천여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이 있었는데, 이 건은 서울중앙지법 민사합 26부의 정일연 판사에 의해 “우리나라의 실정법, 확립된 관습법이 없는 상황에서 독점·배타적 재산권인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기 어려우며, 문제의 사진이 홍보를 위한 카테고리가 아닌 다른 곳에 사용되었기 때문에 피고가 이로써 수익을 얻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패소 판결을 받아 현재 불복 항소를 제기한 상태이다. 하지만 연예인의 퍼블리시티권 피해 소송이 모두 패한 것은 아니다. 같은 날 자신들의 이름과 사진을 무단으로 홍보 등에 이용한 S업체를 상대로 3000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공효진, 김민희, 류승범은 승소판결을 받았으며, 가수 백지영과 애프터스쿨 유이도 성형외과를 상대로 한 퍼블리시티권 침해 소송에서 승소한 바 있다.
 
국내에서는 명문규정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러 가지 다양한 피해 사건이 발생하고 있어 퍼블리시티권의 침해 인정 및 손해배상금액 등의 판결에 일관성이 없어 점차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지식재산권3을 비롯한 현행법으로 퍼블리시티권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2 서울서부지방법원 2010.4.21. 선고 2010카합245 판결.
3 무체재산권이라고도 하며 특허, 실용신안, 상표, 디자인으로 이루어진 산업재산권(産業財産權)과 저작권(著作權)으로 구분됨.






저작권과 퍼블리시티권은 보호 대상이 인격의 발현물이고 별도로 등록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권리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유사점이 있으며, 퍼블리시티권에 적용 가능한 규정도 다른 법률 보다는 저작권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어 현행법 중 가장 퍼블리시티권과 유사한 법률로는 저작권을 꼽을 수 있다.

‘메밀꽃 필 무렵’으로 유명한 고(故) 이효석(1907~1942) 선생의 장녀인 이나미씨는 2005년 이효석씨의 초상이 들어간 상품권이 성인오락실 경품으로 사용되었다며 상품권 업체를 상대로 퍼블리시티권을 포함한 초상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을 담당한 서울동부지법 민사13부(김용석 부장판사)는  "이미 숨진 사람도 퍼블리시티권을 인정받을 수 있고, 후손이 상속을 통해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는 기간은 50년"이라고 판시한바 있다.4 이는 저작재산권의 보호기간을 저자의 사망 후 50년으로 규정5하고 있는 저작권법 제36조 제1항 본문을 유추 적용하여 퍼블리시티권의 존속기한도 해당자의 사후 50년으로 해석한 것으로, 이러한 판례로 미루어 볼 때 국내법상에서 저작권과 퍼블리시티권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2005년부터 퍼블리시티권과 유사한 초상재산권 개념을 저작권에 포함시키려는 저작권법 개정 움직임이 있었는데, 퍼블리시티권의 보호대상인 ‘초상’을 ‘창작성’을 보호하는 저작권으로 보호하는 새로운 배타적(독점적) 권리를 국내 법제에 도입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의문6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어 현재 관련 개정 법안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4 2006.12.21. 선고 2006가합6780 판결.
5 이는 판결 당시 법제로, 저작권의 보호기간은 유럽과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이후 2011년 저작자 사후 70년으로 수정되었으며 이는 2013년 7월부터 시행되었음.
6 2009.12.23. 저작권법 일부개정안(이성헌 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1804588)에 대한 의견서  
 





퍼블리시티권을 상업적으로 활용하면 특정인물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통해 소비자에게 품질보증의 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자신의 상품과 타인의 상품을 구분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상표권과 퍼블리시티권은 상호 유사한 측면이 있다.
국내 상표법은 유명인의 성명 또는 초상을 허락 없이 상표로 등록하는 것을 현존인과(상표법 제7조 제1항 제6호7) 고인으로(상표법 제7조 제1항 제2호8) 구별하여 규정해 금지함으로써 유명인의 성명 등이 허락 없이 상표에 이용되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그러나 상표법은 제품 출처에 대한 소비자의 오인혼동을 방지함으로써 상표 사용자와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는 반면 퍼블리시티권은 특정 인물의 동일성 표지를 사용하여 발생하는 재산적 권리 보호를 목적으로 하므로 궁극적인 보호 대상에 차이가 있어 퍼블리시티권을 상표권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것은 어렵다고 볼 수 있다.

7 ‘저명한 타인의 성명·명칭 또는 상호·초상·서명·인장·아호·예명·필명 또는 이들의 약칭을 포함하는 상표. 다만 타인의 승낙을 얻은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
8 ‘저명한 고인과의 관계를 허위로 표시하거나 이들을 비방 또는 모욕하거나 이들에 대하여 나쁜 평판을 받게 할 염려가 있는 상표‘로 규정







상표로 등록하지 않은 유명인의 성명을 허락 없이 상품 또는 서비스에 이용하는 경우 부정경쟁방지법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가목과 나목의 적용을 통한 보호를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가목9과 나목10의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성명’이란 사용으로 식별력을 획득한 상품 및 영업의 표시, 즉 상표적 의미를 획득한 성명에 한정하므로 퍼블리시티권 전체를 보호한다고는 볼 수 없다. 또한 이 규정의 성립 조건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유명인의 성명 등이 상품 및 서비스에 이용되어 유명인과 성명의 부당 이용자가 경쟁관계에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퍼블리시티권자는 이용자와 직접적으로 경쟁자의 관계에 놓여 있지 않기 때문에 부정경쟁방지법으로의 퍼블리시티권의 보호는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

9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가목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성명, 상호, 상표, 상품의 용기·포장, 그 밖에 타인의 상품임을 표시한 표지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을 사용하거나 이러한 것을 사용한 상품을 판매·반포 또는 수입·수출하여 타인의 상품과 혼동하게 하는 행위”
10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 “국내에 널리 인식된 성명, 상호, 표장, 그 밖에 타인의 영업임을 표시하는 표지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을 사용하여 타인의 영업상의 시설 또는 활동과 혼동하게 하는 행위”






2013년 코트라(KOTRA)가 발표한 '유럽 한류와 국가브랜드 조사'에 따르면 유럽에서 한류는 6656억원,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은 3921억원의 효과를 유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이익을 주목적으로 한 국가 간의 국제 협정 보다 한류로 인한 경제적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이다. 우리는 일본에서의 ‘겨울연가’, 중국에서의 ‘대장금’에 이어 최근 ‘별에서 온 그대’ 신드롬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한류 붐’으로 인한 해외에서 대한민국의 국가 이미지 변화와 이로 말미암은 문화콘텐츠의 산업적 가치를 직접 목격해왔다. 국가 이미지에 따라 각 나라는 관광, 수출, 산업투자 등 엄청난 경제적 효과는 물론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홍보효과를 얻게 되는데, 한류는 현재 대한민국 국가 브랜딩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긍정적 효과들이 장기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탄탄한 질적, 양적 성장을 거듭해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 법제적인 보호는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퍼블리시티권에 관련한 현행법 규정이 없고, 유사 개념의 현행 법안을 통해서는 적극적인 보호가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 일부 판례가 유사 개념을 인정 하고는 있으나 케이스별로 판결에 일관성이 부족해 혼란만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대책 마련에 급급해 미국에서 시작된 개념인 퍼블리시티권을 그대로 답습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배타적 권리를 신설하는 만큼 보호하고자 하는 권리의 내용이 무엇인지, 이로써 침해되는 이익은 없는지, 그렇다면 권리를 어느 수준에서 제한할 것인지, 어떠한 법적 체제로 도입할 것인지 등에 대해 충분한 검토와 사회적 합의가 사전에 이루어져야할 것이다. 모쪼록 국내 실정에 적합하며 권리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득이 되는 효과적인 보호방안으로써의 관련 법안이 하루 빨리 마련되길 기대해본다.



 
<참고 자료>
권오성, 퍼블리시티권에 관한 연구, 과학기술법연구
유수열, 퍼블리시티권의 보호에 관한 연구, 서강대학교 대학원
송영식·이상정, 제5판 저작권법개설, 세창출판사, 2009년
최승재, 퍼블리시티권의 법적 성격과 주요 쟁점에 관한 연구
김성환, 퍼블리시티권의 법리와 입법방안에 관한 연구, 한남대학교 대학원


<참고 사이트>
http://media.wwd.com/
www.mirror.co.uk/
http://ko.wikipedia.org/
http://spogood.blog.me/90190494659
http://www.ipleft.or.kr/
http://snowwiki.fuzewire.com
http://terms.naver.com/
http://www.tvreport.co.kr/
http://www.fnnews.com/

 

글 / 디자인맵 편집부
출처 : ⓒKIPO |





특허/디자인/상표와 관련해 상담받고 싶으세요?

 브레인국제특허 대표전화 02-869-0787 로 전화하세요.

인터넷상담은 http://brainasset.net  로 클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