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컴퓨터라는 기기. 컴퓨터의 등장은 사회를 혁신적으로 변화시켰다. 마우스, 프린터나 스캐너와 같은 보조 기기와 컴퓨터가 내장된 핸드폰인 스마트폰까지 추가로 발명되는 등 이러한 기술적 발전들로 컴퓨터는 이제 현대 일상의 필수품이 되었다. 이렇게 컴퓨터라는 하드웨어는 점점 진보하는 기능과 더불어 성능만이 아닌, 디자인적 요소도 중요한 구성 요소가 되었다. 그러면서 컴퓨터는 점차 하나의 ‘문화’가 되었고, 이를 선도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다. 컴퓨터 문화가 나아갈 미래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늘 곁에 있어온 컴퓨터의 과거에 대한 연구 없이 무작정 현재의 모습과 성능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로부터 어떻게 컴퓨터가 변화·발전해왔는지 파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에, 컴퓨터의 역사를 실제로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세계 곳곳에서 컴퓨터박물관이 지어지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2013년 올해 ‘넥슨컴퓨터박물관(Nexon Computer Museum)이 개관하였다. 컴퓨터 박물관은 또한 전시장과 컴퓨터라는 요소를 연결시키고자 최신의 첨단 기술이 반영된 공간 디자인적 요소를 다양하게 끌어들이고 있다. 이번 design close up에서는 현대문화의 발달을 선도해 온 컴퓨터박물관의 종류와 구성 요소, 등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하자.
컴퓨터는 1946년 에니악(Eniac)에서부터 시작되어 현재의 인공지능형 컴퓨터까지 진보해 왔다. 약 60년의 짧은 역사 동안 컴퓨터는 그 어떤 다른 매체보다도 빠르게 세상을 변모시켜왔다. 이러한 변화와 발전 과정을 박물관에 오롯이 담고자 고든과 그웬 벨(Gordon/Gwen Bell)은 1970년대부터 컴퓨터박물관 개관을 준비하였다. 이윽고 1979년 보스턴 컴퓨터 박물관을 개관하게 된다.
보스턴 컴퓨터 박물관은 관람객들에게 수천 개의 아티팩트(artifacts)들의 표본을 제공하고 있다. 방문자들은 17세기의 금관의 수학악기, 19세기의 토마스 계산기에서부터 20세기 후반에 발명된 기계식 계산기들, 특히 에니악과 같은 최초의 전기 기계들과 아이비엠(IBM) 1620과 같은 컴퓨터 처리 기계 등을 볼 수 있다. 또한 Neiman-Marcus가 발명한 1969년 "키친 컴퓨터(Kitchen Computer)"와 같이 대중화되지는 못했지만 주부들의 부엌 일을 돕고자는 야심찬 기획으로 시범 제작되었던 컴퓨터, 기술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처리 능력을 겸비한 로봇 등을 한 자리에 모아놓았다. 보스턴 컴퓨터 박물관은 이러한 하드웨어 기기들을 소개하는 것에 멈추지 않고, 특정 컴퓨터들에 관한 정보들을 아카이빙하기도 하였는데 이는 어떠한 컴퓨터에 관한 당시의 매뉴얼과 설명문, 그리고 심지어 디자인 메모까지도 모아 놓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보스턴 컴퓨터 박물관은 세세하게 컴퓨터의 다양한 모습과 역할을 시대별 정리로 깔끔하게 보여주고 있다.
컴퓨터 역사 박물관은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 뷰(Mountain View)에 1996년 세워졌다. 이전에도 이 장소는 앞서 언급한 고든 벨의 영향으로 생겨난 장소이며, 이 박물관은 정보시대와 사회에 충격을 준 컴퓨팅 혁신의 스토리와 인공품들을 선별해 보존하고 있다. 이 장소는 컴퓨터에 관한 한 가장 많은 물품들과 관련 문서들을 소장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기도 하다.
이 박물관은 Cray-1, Cray-2, Cray-3과 같은 최초의 성공적인 모습을 보였던 진귀한 슈퍼컴퓨터들과 컴퓨터 그래픽 커뮤니티 내에서 3D 컴퓨터 렌더링의 대표 모델이라 칭해지는 유타 티폿(‘Utah Teapot’) 등과 같은 역사적인 자료들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스티브 워즈니악(Steve Wozniak)에 의해 처음으로 디자인된 애플원(Apple I)과 커스텀 디자인된 웹 서버들 이외에 구글 랙 첫 세대의 예시들까지 선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미국의 두 컴퓨터 박물관은 최초의 컴퓨터에서부터 혁신적인 시도를 선보인 컴퓨터들, 그리고 당시에 주목받지 못했지만 신선한 아이디어를 보여주고 있는 컴퓨터 등을 소장하여 보존하며 대중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게다가 단순히 보관된 자료들을 보여주기만 하는 방식이 아닌, 그에 관한 다양한 연구 문서, 발명자 인터뷰 및 매뉴얼들까지 다량 보유하고 있어서 컴퓨터를 제작하는 과정에 대한 역사까지도 같이 선보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영국 블레츨리 파크(Bletchley Park)에 위치한 영국 국립 컴퓨팅 박물관(The national museum of computing 이하 TNMOC)는 유럽에서 가장 큰 컴퓨터 박물관으로 그만큼 긴 역사를 가진 독자적인 자선단체이다. 또한 TNMOC는 세계 최초의 전자 계산기인 콜로서스를 가지고 있다.
또 특이하게도 이 컴퓨터 박물관은 단순히 컴퓨터만이 아닌 컴퓨터 개발 이전 시대 갤러리(Before Computers)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서 보여지는 계산기들은 상당히 정교하고 아름다운 디자인을 보인다. 수판과 자, 계산기의 형태와 크기는 많은 방문자들의 기억에 남을 것이다.
올해 개관한 우리나라 최초의 컴퓨터 박물관, 컴퓨터와 게임 문화의 역사를 수집하고 보존하는 넥슨 컴퓨터 박물관은 넥슨의 기업 문화와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디지털과 교육, 예술을 결합하여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사회와 교류하고 상생하는것을 목표로 하는 사회교육기관으로, 2013년 제주도에 처음으로 개관하였다. 총 4층으로 구성된 이 넥슨컴퓨터 박물관은 1층에서는 컴퓨터 박물관답게 다양한 소장품들을 선보인다.
여기서 대표적으로 볼 수 있는 컴퓨터는 앞에서도 언급한 Apple I과 1981년에 처음 등장한 IBM의 개인용 컴퓨터인 IBM PC (모델 5150), 그리고 세계 최초의 마우스 ‘엥겔바트 마우스(Engelbart Mouse)’를 언급할 수 있다. 주로 1970년대 말부터의 컴퓨터들로 채워진 이 장소는 넥슨의 대표 게임 ‘바람의 나라’의 디자인적, 시스템적 제작 과정에 대한 아카이빙이 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1층을 제외하곤 넥슨이란 게임 회사에서 제작한 것 같이 게임과 관련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들로 채워져 있는 것이 다른 해외 박물관과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컴퓨터 박물관은 위의 사례들 외에도 수없이 많이 생기고 있는 추세이다. 그와 함께 대두되는 것이 바로 컴퓨터라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유물을 어떠한 방식으로 흥미롭게 전시를 선보일 것인가, 그리고 어떠한 첨단 기술과 디자인을 활용하여 대중들에게 컴퓨터라는 소재를 재미있게 선보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연구가 끊임없이 시도되고 있다.
아직까지 다양한 사례는 많이 축적되지 않았지만 이와 같은 목적의 기술적 연구에 대한 예시로는 TCM(The Computer Museum)이 지정인인 특허가 언급될 수 있다. 가상 현실의 위치 입력 및 디스플레이 시스템에 관한 내용이며 위치 정보를 기반으로 데이터에 표현되는 가상 세계를 보여주게 되는데, 모니터와 연결된 의자와 이를 이동시키는 조이스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GPS 시스템을 사용하여 이용자가 조이스틱을 조종하면서 움직이는 방향대로 의자와 모니터 속의 가상 현실도 함께 움직이게 된다. 이렇게 가상현실이나 GPS와 같은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다양하게 전시를 보여줄 수 있는 연구가 현재 진행형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컴퓨터와 빼놓을 수 없는 하드웨어는 바로 모니터이다. 이러한 모니터와 같은 디스플레이를 박물관의 디자인 요소로 활용하여 전시에 사용된 예를 컴퓨터역사박물관에서 살펴볼 수 있다. 이는 마크 호튼 건축회사(MH/A)에서 2011년 제작한 것으로, 여러 개의 디스플레이로 디자인된 이 오브제들은 컴퓨터로 제작된 수호신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이처럼 컴퓨터를 구성하는 장치들이나 작동 원리들의 이미지나 매커니즘을 적극 박물관의 디스플레이 방식에 도입한 또 다른 컨셉으로는 컴퓨터 회로를 이용한 디자인적 요소도 주목할 만 하다. 첫 번째로 언급할 수 있는 공간은 인텔(intel)사에서 제작한 인텔 뮤지엄(Intel Museum)이다. 이 장소는 인텔의 역사를 담고 있는데, 인텔은 전통적으로 컴퓨터 내부 부품들을 제작해왔던 회사이다. 그렇기에 바닥은 마치 컴퓨터의 브레드보드를 떠올리게 하는 형상이며, 천장에는 컴퓨터의 복잡한 회로를 이용하여 전시 동선을 보여줌과 동시에 조명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두 번째 사례로는 넥슨컴퓨터박물관의 바닥면이다. 여기는 Input·Output과 Graphic Card, Sound Card 등으로 컴퓨터 본체 내부의 부품들이 연결되듯이 복잡한 회로를 간략하게 표현하여 전시 동선을 구성하고 있다. 이러한 전시 디자인은 관람객들로 하여금 마치 컴퓨터 내부를 걷는 듯한 느낌을 제공하며, 전시 관람의 흥미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지금까지 간략하게 컴퓨터 박물관의 등장과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장소들, 그리고 국내에 최초로 생겨난 컴퓨터 박물관을 살펴보았다. 그와 함께 박물관의 컨셉이나 전시를 구성하는 테크놀로지에 관한 연구, 컴퓨터와 전시장간의 공간적 거리감을 연결시키려 노력하는 디자인들을 살펴보았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인정하는 IT 국가이다. 디지털 인프라가 곳곳에 조성되어 있으며, 하드웨어적 발전을 주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자료에 대한 아카이빙을 하는 공간이 지금까지 전무했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우리는 컴퓨터의 하드웨어적, 디자인적 '역사'와 이를 선보이는 '공간'으로서의 박물관으로서의 컴퓨터 박물관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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