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가 없다면 우리는 어떤 생활을 하고 있을까? 文(문)명사회가 된 이후부터 우리 삶 속에서 글자는 떼어낼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한 자 한 자 적어 내려가던 손 글씨에서 타자기를 이용한 타이프, 그리고 컴퓨터의 개발로 사용하게 된 폰트까지 기술의 발전과 함께 글을 작성하는 방식도 변해왔다. 특히, 디지털 매체에 사용되는 폰트는 고딕, 명조체를 넘어 특색 있고 개성 넘치는 형태로 점차 다양해지며 하나의 디자인 영역을 만들고 있다.



 그런데 최근 폰트를 둘러싼 분쟁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폰트를 전문적으로 디자인하는 회사는 오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글자체의 창작성 보호와 이를 통한 정당한 이윤추구에 목소리를 내고, 폰트를 사용하는 입장에서는 일부 업체의 무분별한 글자체 침해 소송이 지나치다는 의견으로 충돌하고 있다. 

그렇다면 글자체는 어디까지 보호를 받을 수 있고 어디까지 사용할 수 있을지, ‘글자체’와 관련된 지식재산권에 대해 알아보자. 

 

국내의 지식재산권법에 따르면 글자체는 디자인보호법과 저작권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 먼저 디자인보호법 제2조 제1항에 명시된 글자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글자체라 함은 기록이나 표시 또는 인쇄 등에 사용하기 위하여 공통적인 특징을 가진 형태로 만들어진 한 벌의 글자꼴(숫자, 문장 부호 및 기호 등의 형태를 포함) 디자인을 말한다.” 즉, 기록, 표시, 인쇄와 같은 실용적 목적을 가지며 한 글자 또는 한 문장이 아닌 공통적인 특징을 가진 한 세트의 글자체를 보호한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글자체가 디자인권으로 등록출원이 가능하게 된 것은 2005년 디자인보호법이 개정된 이후로 역사가 그리 오래 되지는 않았다. 심사를 거쳐 한 벌의 글자체가 디자인으로 등록되면 디자인권리자는 설정등록일로부터 15년간 독점배타적 권리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독점배타적’권리라고 해서 자신의 등록 글자체 디자인의 허락없는 이용을 법적으로 모두 제한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디자인보호법에서는 '타자•조판 또는 인쇄 등의 통상적인 과정에서 글자체를 단순히 사용하는 경우와 이러한 과정에 따라 생산된 결과물에 대해서 디자인권의 효력을 주장할 수 없다.’1> 라며 글자체 디자인권의 권리범위행사를 강하게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글자체 디자인등록을 받았어도 타인이 허락없이 자신의 글자체를 이용해서 인쇄물 등의 창작물을 제작하는 경우에도 이를 이유로 디자인권침해(폰트파일을 불법적으로 다운로드 받아 사용할 때는 '저작권 침해(과거 프로그램 보호법 위반)' 성립)라고 주장할 수 없으며 나아가 '침해금지 청구권', '배상금청구권'등도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글자체 디자인등록은 단지 타인이 자신의 글자체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글자체를 특허청에 등록할 수 없도록 차단하는 효과만 있을 뿐 디자인 실무에서 허락없이 사용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효과는 없어 글자체 디자인권자들의 불만이 나타나고 있다.  

1>디자인보호법 제44조 2항 (디자인권의 효력이 미치지 아니하는 범위)
    1. 타자•조판 또는 인쇄 등의 통상적인 과정에서 글자체를 사용하는 경우.
    2. 제1호의 규정에 따른 글자체의 사용으로 생산된 결과물인 경우.

그렇다면 이번 한미 FTA 체결로 저작자의 사후 70년까지 저작권을 보장(2013년 7월 시행, 현재는 저작자의 사후 50년까지) 받을 수 있는 저작권법으로는 글자체의 보호가 어떻게 가능할까? 우선 저작권법적인 측면에서의 글자체를 보기에 앞서 손글씨인지 컴퓨터 화면에서 보여지는 폰트인지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먼저 캘리그라피(Calligraphy) 또는 서예와 같은 손글씨는 순수 조형적인 응용미술의 일부로서 저작권으로 보호가 가능하다. 일명 “축제 사건2>”이라 불리는 서예의 저작물성 인정과 관련된 최초의 판결에 따르면 서예가의 글씨체를 작가의 허락 없이 영화 필름 및 광고물, 소설 표지 등에 사용한 것에 대해 저작권 침해행위의 금지와 저작권자에게 명예회복을 위한 손해배상을 명한 사례가 있었다. 소설가 이○○의 소설 「축제」를 영화화하면서 영화 포스터와 자막에 서예가 여○○의 「춘향가」작품 속 글씨를 무단으로 사용하여 이에 대한 배상을 요구한 내용이다. 

2> 대법원 1998. 1. 26. 선고 97다49565호【저작권침해금지】. 

 이처럼 기능적 요소와 별개로 독립적 예술 특성을 인정받아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글자체는 저작물로서 보호가 가능하다. 그러나 캘리그파리와 같이 예술적 작품으로 간주되는 글자체 이외에 폰트와 같은 일반적인 글자체 디자인은 저작물로 인정되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결이 있다.3> 몇몇 폰트 디자인 전문 업체에서 '산돌체모음', '안상수체모음', '윤체B', '공한체 및 한체모음' 등의 글자체를 저작물로 등록하기 위해 신청했으나, 저작권 등록관청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들의 저작물성4>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우리 민족의 문화유산이며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여야 할 한글 문자는 실용적인 기능과 별도로 하나의 독립적이고 예술적인 창작물이 아니므로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3>대법원 1996. 8. 23. 선고 94누5632 판결【저작권등록반려처분취소】.
4>저작권법 제2조 1호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한다. 

반면, 컴퓨터 내에서 특정 서체의 윤곽선, 크기, 장평, 기울기 등을 조절하여 모니터상에 글자체가 구현되도록 하는 폰트파일은 프로그램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있다.5> 따라서 폰트파일을 제작한 업체 혹은 개인은 별도의 등록절차나 심사 없이 저작자가 되어 공표권•성명표시권•동일성 유지권 등의 저작인격권과 복제권•배포권•공중송신권•2차적저작물작성권 등의 저작재산권을 갖게 된다. 폰트파일은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무단으로 복제하거나 변경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글자체의 형상 자체에 대한 저작물성을 부정하는 판례에서 보이듯 글자체는 폰트 프로그램에 한해서만 보호되기 때문에 폰트파일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만으로는 저작권 침해가 성립되지 않는다. 물론 라이선스 위반 문제나 불법 복제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지만, 저작권법상의 이용행위인 복제나 전송 등의 행위가 있지 않은 이상 화면용 내지 출력용으로 나타난 결과물만 가지고 저작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 따라서 글자체를 디자인하는 당업자들의 글자체 저작권화 노력은 계속 되고 있는 것이다. 

5>대법원 2001. 6. 26. 선고 99다50552 판결,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상 컴퓨터프로그램은 "특정한 결과를 얻기 위하여 컴퓨터 등 정보처리능력을 가진 장치 내에서 직접 또는 간접으로 사용되는 일련의 지시•명령으로 표현된 것"으로 정의되는바, 원고들의 이 사건 서체파일은 특정한 서체의 글자의 출력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특정한 결과'가 존재하고, 서체파일의 구조에 해당하는 내용이 프로그램의 요체인 소스코드에 해당하며, …… 결국 원고들의 이 사건 서체파일은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상의 프로그램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국외에서는 글자체를 어떻게 보호하고 있을까? 국내와 같이 디자인권적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는 국가와 저작권적 또는 특허권적으로 접근하는 국가 등 각국의 국내법에 따라 글자체의 지식재산권적 보호 규정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디자인권적 접근]
-유럽연합 (EU) 
EU의 디자인지침에서는 디자인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디자인이란 제품 전체 또는 부분의 외관이고, 해당 제품 자체 및/또는 그 장식의, 특히 선, 윤곽, 색채, 형상 및/또는 소재의 특징에 유래하는 외관을 말한다.” 국내의 디자인보호법과 달리 물품성을 요구하지 않으므로 디자인의 정의에 나타난 “제품(Product)”은 그래픽 심볼, 글자체와 같은 물품성이 없는 것도 포함되며, 소자의 특징에 유래하는 외관도 포함한다.6> 즉 유럽연합에서는 글자체가 미적인지 기능적인지를 불문하고 다른 디자인 제품과 동일하게 보호될 수 있다. 
 
6>이철현, “글자체디자인보호의 법적 고찰”, 연세대학교, 2005.06, 67면.

-영국
영국 또한 EU의 영향을 받아 글자체를 저작권으로 보호하던 기존의 규정에서 변화하여 저작권 외에 등록디자인권으로도 보호받을 수 있게 되었다. 영국은 모든 글자체디자인을 보호하는 것이 아닌 예술적 저작물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저작권과 디자인보호법에 중첩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글자체디자인 이용자의 편의와 글자체디자인 산업내의 경쟁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일반인이 하는 타이핑이나 프린팅과 통상적 사용을 위해 타이핑이나 프린팅 장비를 보유하며, 그로 인해 제작된 인쇄물 또는 유인물을 판매, 대여하거나 전시 등을 하는 것 또한 저작권 침해에 해당되지 않는다.”7>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7>영국 Copyright, Designs and Patents Act 1988 저작권법(Part I) 제 54조, 제 55조.
 

[저작권적 접근]
-프랑스
프랑스는 문화와 예술의 나라답게 가장 미술품에 대한 보호를 철저하게 하고 있는 곳이다. 1902년 3월11일 법에서 “美의 판단이 불가능하다”는 푸이에(Pouillet)의 “미의 단일성 이론(Unity of Art)8>”에 따라 디자인법과 저작권법의 중복보호를 인정한다. 1973년 “타이프페이스의 보호 및 그 국제 기탁에 관한 빈(Wein) 협정9> ”을 비준하여 저작물의 예시규정에 글자체디자인(Oeuvres Typographiques)을 저작물의 하나로 명시하여 권리자의 허락 없이 인쇄용 문자서체의 모형원형의 모조, 변형을 할 수 없다.10> 무심사주의를 택하고 있는 프랑스는 등록 글자에 한해서 디자인법으로 중복 보호받을 수 있다. 

8>미의 단일성 이론 : 미술의 무차별성의 원칙. 미의 가치판단은 불가능 하므로 미적 가치를 고려하여 저작물성을 인정하는 것은 부적합하다는 이론.
9>협정은 타이프페이스의 창작을 장려하고 문화의 보급에 미치는 영향과 그 효과적 보호 필요성을 고려하여(전문) ... 신규성(novelty )이 있거나 독창성(originality )이 있는(§7 보호요건) ... 타이프페이스 보호를 목적으로 하며, 저작권법 또는 의장법(기탁도 포함)에 의한 선택적 보호를 인정하고 있다. 현재, 프랑스와 독일만 동협정을 비준하고 있어 아직 발효되지 못하고 있다.
10>이철현, “글자체디자인보호의 법적 고찰”,  연세대학교, 2005.06, 62면.
 
 -독일
독일에서도 저작권과 디자인권으로 중복 보호가 가능한데, 산업디자인이 저작권으로도 보호받기 위해서는 디자인법에서 요구하는 독창성의 수준을 넘는 고도의 미적 내용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글자체는 저작권상으로 가능하지만, 보통의 글자체디자인은 예술적 창작성의 정도가 낮아 보호받기엔 어려웠다. 그런 중 독일도 빈 협정에 가입하여 특별법을 통해 최고 25년까지 글자체를 보호할 수 있는 규정을 만들어 신규성과 독창성을 지닌 글자체를 저작권법의 규정에 따라 보호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특별법은 디자인법 개정 시에 폐지되어 2004년도에 흡수 통합되어 운영하고 있다.


[특허권적 접근]
-미국
미국은 디자인이 특허법 내에 속해 있어 Adobe Garamond, ITC stone과 같은 몇몇 유명 디지털 폰트는 디자인특허로 등록되어 보호되고 있다.11> 미국은 국내의 디자인보호법 및 특허법과 마찬가지로 심사주의 방식을 채택하여 기본 요건인 신규성(novelty)과 비자명성(non-obviousness)을 충족해야 등록이 가능하다. 따라서 글자체가 창작되어 특허등록출원되기 이전에 간행물 등에 기재되거나 유사한 형태의 기존 글자체가 있는 경우 등록 받을 수 없으며, 통상의 글자체 디자이너 및 해당 업계에 이미 알려진 디자인과 확연히 다른 차이점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등록이 매우 제한적이다. 저작권법의 경우에는 기능과 미의 분리가능성을 요구하고 있어 글자체디자인을 독창적 저작물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국내와 같이 컴퓨터프로그램으로도 보호하지 않고 있다.
 
11> Fishman, Copyright Your Software, 7/15: 등록된 예로는 ITC Stone, Adobe Garamond, Adobe Minion 등,. 이철현, “글자체디자인보호의 법적 고찰”, 연세대학교, 2005.06, 45면에서 재인용.
 
-일본
일본의 의장법(디자인보호법)은 엄격한 심사주의를 추구하며 디자인의 물품성을 요구하고 있어 물품적 특성이라 여겨지기 어려운 글자체디자인은 보호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응용미술저작물을 저작권법에서 보호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아, 응용미술저작물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는 글자체디자인은 저작권법에 의해서도 보호받기 어렵다. 그러나 최근 글자체디자인의 경제적 가치가 사회적으로 승인되고 독립 거래 대상이 되는 경우에는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해 일부 보호받을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12> 그러나 이 판결은 상품이 널리 알려졌다는 구체적인 상황하에서 내려진 것이므로 글자체 자체를 보호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두어야 한다. 

12> 「모리자와 타이프페이스 사건」 “무체물이라고 하더라도 그 경제적 가치가 사회적으로 승인되고, 독립해서 거래대상으로 되는 경우에는 그것이 부정경쟁방지법 1조1항(우리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1항)이 규정하는 ‘상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서 동법의 적용을 부정하는 것은 동법의 목적 및 위 상품의 의의를 해석에 맞지 않다.” 일본의 이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상품 주체 혼동행위’에서의 ‘상품’은 적어도 유체물이어야하므로 무체물이라 할 수 있는 글자체는 ‘상품’에 해당하지 않아 부정경쟁방지법의 보호대상이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한다. 한승헌, “정보화시대의 저작권”, 나남출판, 1994, 273-274면 참조. 이재오, “글자체디자인보호방법에 대한 연구”, 경희대학교, 182면 재인용.
 
이상으로 국내외의 글자체의 법적 보호와 관련한 내용을 살펴보았다. 각국마다 글자체를 어떤 방식으로 보느냐에 따라 보호 규정은 조금씩 다르지만, 중요한 것은 오랜 시간과 여러 사람의 노동이 수반된 글자체디자인을 보호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기본적으로 글자란 여러 사람의 소통과 정보전달 수단의 기초로 사용되는 것이기에 공공성 및 이용자의 편의성 보호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KT '올레체' 하나銀 '하나체'… 글자체에 브랜드 이미지 심어-2010.10.06, 서울경제” 고유의 브랜드 구축을 위해 전용 글자체를 개발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부산 글꼴 문화, 지역의 특성•삶 담아야-2012.02.29, 국제신문" 거리의 간판, 광고, 교통시설 등을 지역의 색을 담은 글자체로 바꿈으로써 문화를 만들기도 한다. 이처럼 아름다운 글자체를 만드는 것은 우리나라의 문화발전 및 관련 산업발전에 이바지하는 일이다. 

현재까지는 “한글”은 누구도 소유할 수 없는 것이라는 이유로 글자체디자인 자체의 저작권성은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을 하기 위해서 대가를 지불하고 폰트를 구입한다는 것은 사람들이 처음에 '물'을 판매하는 것을 의아해 했지만 지금은 당연한 일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과 같다는 의견도 있다.13> 즉, 사고 파는 물품의 개념도 변화하고 관련 산업과 시장도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폰트의 창작성 인정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있으니 지속적인 연구와 여러 상황을 고려하여 개발자의 정당한 이익보호와 이용자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과 연구가 절실히 필요할 것이라 생각된다.

13>
 이용제, “한글 글자꼴 보호”글 발췌, 월간디자인넷, 2006.7.


 

글/ 디자인맵 편집부
 

출처 : ⓒKI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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