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다양한 글을 마주한다. 광고에서부터 친구들과의 소소한 SNS까지, 글로 이루어진 수많은 정보와 이야기를 통해 지식을 얻거나 생각을 한다. 최근에는 PC와 인터넷, 나아가 모바일이 발달하면서 지면으로서의 글보다 디지털로서의 글을 더욱 자주 접하게 되었다. 이렇듯 디지털 폰트는 점점 우리의 생활이 되면서 타인에게 우리를 알리는 새로운 표현 방법이 되었다.
또 하나의 표현방법이 된 폰트는 각자의 개성에 맞게 새로운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을 넘어 이미지를 전달하고 아이덴티티를 확립하는 기능까지 겸하게 된 것이다. 이번 design close up 에서는 폰트가 새로운 마케팅으로 떠오른 경향과 이러한 디지털 폰트의 올바른 사용을 위한 저작권법과 특허법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이미지 출처 : http://fontfeed.com
몇 년 전부터 삼성, SK, CJ, 현대카드 등 국내 기업들이 전용서체를 만들기 시작했다. 기업을 대표하는 디자인인 CI와 로고를 벗어나 폰트도 하나의 기업 아이덴티티로서 마케팅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세계적인 기업들은 이미 자사 웹사이트에서 각종 인쇄물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이미지를 구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한 효과적인 수단으로 전용 서체를 지정하거나 개발해서 사용하는 것이다. 전용글꼴은 기업뿐만이 아닌 지자체들에게도 좋은 홍보의 일환이 된다.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가 2011년 1월에 조사한 ‘전용서체 선호도 및 인지도 조사’ 결과, 가장 사용해보고 싶은 서체에 KT의 ‘올레체’아 제주시의 ‘제주한라산체’가 각각 1,2위에 올랐다.
※ 이미지 출처 : http://smartblog.olleh.com
KT는 2009년 7월, ‘제2의 창업’으르 선언하면서 ‘올레체’를 선보였다. ‘올레체’는 세계 3대 글로벌 디자인 어워드 중의 하나인 ‘iF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어워드 2012(iF communication design awards 2012)’의 타이포그래피 분야 수상작으로 선정되면서 한글을 세계에 알리기도 하였다.
전용글꼴 개발은 수천만원에서 수억원대의 비용이 소요된다. MS가 윈도 기본 글꼴로 사용하고 있는 ‘맑은고딕체’는 2년간 10억원 이상이 투입됐다. 서울시의 ‘서울체’ 개발 사업은 단계별로 1억원 정도의 예산이 투입됐다. 대규모 투자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전용글꼴 개발에 나서는 것은 제품 차별화와 일관된 기업 아이덴티티 때문이다. 대기업의 경우 계열사별 통일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로고, 상표를 넘어 글꼴까지 통일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 이미지 출처 : http://www.jeju.go.kr/
제주전용서체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상징성과 문화적 고유성을 살린 서체이다. 전용서체 개발을 통해 도민 및 국내외 관광객이 함께한다는 시각적 친근감을 갖게 하고,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도록 사용성을 높여 공공 디자인의 인프라를 조성하기 위해 제작되었다.
올레체와 제주전용서체 이외에도 기업이 만들어낸 폰트는 다양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폰트들을 무료로, 더불어 상업적으로 사용해도 괜찮을까.
2013년 3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는 폰트 파일의 올바른 이용과 저작권 분쟁을 예방하기 위하여 ‘폰트 파일에 대한 저작권 바로 알기’를 제작*배포했다. 최근 폰트 파일 저작권 분쟁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사용자들이 폰트의 저작권법을 잘못 이해하거나 모르는 상태에서 폰트 파일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 이미지 출처 : http://www.thehandmadehome.net
그렇다면 모든 폰트는 저작권이 있을까. 그렇지 않다. 폰트와 폰트 파일은 다르기 때문이다. 폰트와 폰트 파일에 대한 보호는 구분되며, 법원은 폰트 자체의 보호는 부정하는 반면 폰트 파일에 대한 보호는 인정하고 있다.
※ 이미지 출처 : http://bonniechengdesign.com/work/strukture-typeface/
폰트 파일은 폰트를 디지털화하여 화면에 표시*출력할 수 있도록 하는 전자적 데이터 파일을 의미하며, 그 소스코드가 독자적 실행파일은 아니지만 다른 응용프로그램을 통해 사용되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보아’ 저작권법에 따른 보호를 받는다.
※ 이미지 출처 : http://yoon-talk.tistory.com/
폰트 파일의 저작권은 폰트 프로그램의 창작과 동시에 발생하며, 등록 등 별도의 절차나 방식을 거치지 않아도 자동으로 보호된다. 폰트 파일에 대한 저작권은 원칙적으로 프로그램을 창작한 자 또는 프로그램 창작을 기획한 업체(회사)에 있다.
우리가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폰트 파일을 구매하여 이용한다면, 저작권법에 위배되지 않게 폰트를 사용할 수 있다. 단, 이용자가 합법적으로 폰트 파일을 구매하였을지라도 구매 계약에 따라 일정한 조건하에서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을 뿐, 프로그램에 대한 저작권은 여전히 저작자에게 존재한다. 자유롭게 이용 가능하도록 배포된 폰트 파일을 이용한다면 저작권 침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무료로 배포하는 폰트 파일이라도 권리자가 설정한 이용허락 범위 안에서만 이용이 가능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 이미지 출처 : http://hangeul.naver.com/
인터넷 상에서 다음 글꼴, 네이버 나눔글꼴 등 무료 폰트들이 게시되어 있는데, 이러한 폰트들은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에서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해당 이용조건(라이선스)를 꼭 확인해야 한다. 대표적인 무료 폰트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개발한 폰트가 있다.
글꼴을 디자인보호법에서는 “글자체(typefaces)”라고 부른다. 글꼴이 디자인권으로 보호받기 위해서는 특허청에 새로운 글꼴디자인을 출원하여 심사를 거쳐 등록을 받아야 한다. 등록을 위해서는 일정한 규정의 지정글자, 보기문자, 대표글자의 디자인 도면을 제출하면서 출원하면 된다.
※ 이미지 출처 : http://developer.apple.com
종전 법에서는 독립하여 거래가 가능한 구체적인 유체동산을 물품으로 규정하고, 이러한 물품의 형태를 ‘디자인’으로 정의하였다. 그렇기에 물품성을 결여한 글자체 디자인이 디자인보호법상의 디자인으로서 보호받을 수 없었다. 그러나 글자체에 대한 수요가 출판업계뿐만 아니라 전자산업계 등 다른 업계에서도 증가하고, 현실적으로 개발시 많은 노력과 자본이 투입되면서 일정한 보호 필요성이 요구되어 2004년 12월 법개정시 도입하여 2005년 7월부터 시행하게 되었다.
※ 이미지 출처 : http://www.printedbyerik.com/2011/03/the-law-on-fonts-and-typefaces/
글자체에는 특유의 등록요건이 존재한다. 첫째로, 기록이나 표시 또는 인쇄 등에 사용하기 위한 것이어야 하며, 둘째로, 단순히 미적 감상의 대상이 아닌, 기록이나 표시 또는 인쇄 등에 사용하기 위한 실용적 목적으로 창작된 것이어야 한다. 셋째로, 글자꼴 하나하나가 아닌, 개개 글자꼴들 간에 공통적인 특징을 가지도록 만들어진 한 벌의 글자꼴이어야 한다.
※ 이미지 출처 : http://typographica.org (좌), http://www.tofugu.com (우)
(1)미국 미국 특허법에서는 디자인 특허의 대상이 되는 물품을 제조물품으로 한정하고 있으나 1842년부터 글자체에 대해 디자인특허로 보호하기 시작하였으며, 1995년의 아이콘의 보호에 관한 가이드라인에 의해 타입폰트(type font)에 대해서도 디자인특허를 인정하는 것을 규정하여 신규로 독창적이고 장식적인 타입폰트에 대해 컴퓨터 화면을 실선으로 표시하여 그 화면상에 표시된 상태이면 권리를 취득할 수 있도록 하였다. | |
(2)영국 영국의 등록디자인법은 종전에는 물품을 “Article”이라고 규정하여 공업적 과정에 의한 왅품의 경우에만 디자인등록의 대상으로 하였으나 EU디자인보호지침을 수용하기 위한 2001년 법개정에서는 물품을 “product”로 변경하고 ‘일체의 공업제품 또는 수공예품으로 특히 완성품의 구성부분, 포장, 한 벌의 의상(get-up), 그래픽 심볼 및 글자체(typeface)를 포함한다.’라고 하여 글자체를 디자인법에 의해 보호하고 있다. | |
(3)일본 일본은 종래부터 글자체에 대해서는 물품의 형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여 디자인법의 보호대상에서 제외하여 왔고, 또한 저작권법상으로는 우리나라의 저작권법과는 달리 응용미술저작물을 저작물의 예시로 들고 있지 않은데, 글자체는 저작권법상의 보호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다수의 의견이다. 따라서 일본은 기본적으로 일품 제작의 공예품에 대해서는 저작권법으로 보호하고 있으나 응용미술저작물은 저작권법으로 보호하지 않으며 그 당연한 결과로서 글자체도 저작권법으로 보호하지 않는다. |
글꼴이 지적재산권으로 보호받으면서 서체 디자이너에 대한 관심은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 그렇다면 서체 디자이너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 이미지 출처 : http://www.linotype.com/651/otlaicher.html
서체 디자인에는 높은 전문성이 필요하다. 일반 시각디자인 전공 자질에 더해 서체 관련 기술지식도 익혀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국내에는 서체 디자인 역량을 갖추도록 해주는 교육기관은 전혀 없는 형편이다. 현재 일반적으로 폰트 디자이너는 시각디자인학과나 일반디자인과를 졸업한 학생들이 폰트 개발사의 인턴 등 과정을 거치면서 재교육을 받아 전문화되고 있다. 서울여자대학교 대학원에 타이포그래피 전공과정이 있지만 디지털용 서체 개발만을 중점적으로 다루지는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더불어 대부분의 디자인 학과에서 타이포그래피를 주제로 하는 강좌가 열리지만 일반적인 내용을 다루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 이미지 출처 : http://edenspiekermann.com/
해외에는 ‘폰트디자인’이라 불리는 글꼴 디자인만 다루는 학문이 존재한다. 특히 ‘폰트’라는 표현 자체가 전통적인 활자를 뜻하는 ‘타입페이스(Typeface)’보다 디지털화된 환경에 쓰이는 용도임을 암시하고 있어 국내보다 체계적인 전문 인력 양성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만이 서체를 만들고, 폰트를 등록할 수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일반인도 자신의 폰트를 만들어 등록할 수 있다.
※ 이미지 출처 : http://www.fontlab.com
첫째로, 대신 만들어 주는 회사에 의뢰한다. 문자동맹(http://munjanet.com)과 같은 회사에서 약 5만원을 주고 자신의 손글씨를 폰트로 제작할 수 있다. 다른 방법으로, 산돌커뮤니케이션의 워크숍, 외부 프로그램 강좌를 수강한다. 한글 워크숍은 1주일에 1번씩, 3개월 정도 소요된다. 한글의 역사와 우수성을 알 수 있고, 폰트 디자인 지식 및 제작 실무 과정을 직접 참관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폰트 프로그램, 폰트랩(Fontlab)을 이용한다. 자음을 하나씩 만들며 조합의 원리를 이용하여 보다 간단하게 작업할 수 있다. 혹은 직접 손으로 레터링 한 후에 스캔을 받아서 일러스트 등에서 깔끔하게 다듬은 후 폰트랩으로 가져오는 방법이 있다. 상품으로 팔고 싶다면, 폰트클럽(http://www.fontclub.co.kr)에 가서 서체를 등록하면 된다. 개인 작가로 활동할 수 있다.
※ 이미지 출처 : http://www.behance.net/Gallery/Slinkytype/197072
폰트는 현대 시대에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표현법으로 떠오르면서 점점 더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PC의 영역에서 모바일의 영역까지 뛰어든 디지털 폰트는 앞으로 더 많은 곳에서 스스로의 아이덴티티를 위한 표현의 수단으로 사용될 것이다. 세종대왕의 후예들이 펼치는 디지털 한글의 끝없는 변신을 기대해본다.
글 / 디자인맵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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