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 행사나 파티에서 펑하고 터트리는 장면으로 친숙한 보글보글 기포를 특징으로 하는 샴페인이란 음료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우리에게 마치 고유명사처럼 사용되고 있는 이 ‘샴페인(Champagne)’이란 단어는 사실 프랑스 샹파뉴 지방에서 생산되는 발포성 와인‘만’을 지칭하는 명칭이다. 즉 동일한 특성을 가진 발포성 와인일 지라도 생산 지역이 프랑스를 제외한 타 국가에 위치하거나, 심지어 같은 프랑스일지라도 샹파뉴가 아닌 타 지역에서 생산되면 ‘샴페인’이란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 그래서 샴페인과 유사한 특징을 가진 발포성 와인을 이태리에서는 스푸만테(Spumante), 스페인은 카바(Cava), 독일은 젝트(Sect), 미국은 스파클링(Sparkling)으로 각각 통칭하고 있으며, 샹파뉴 외의 프랑스 지역에서는 무세(Mosseux), 크레망(Crement) 등 샴페인이 아닌 다른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면 왜 다른 지역은 샴페인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 것일까? 이는 자국의 전통과 문화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을 보호하고자 하는 여러 국가들이 모여 만든 국제 협약과 이로부터 기원한 ‘지리적 표시’에서 비롯한다.
 


※이미지 출처 - www.pixabay.com
 





지리적 표시(Geographical Indications)’란 일반적으로 출처표시(indication of source)1와 원산지명칭(appellation of origin)2의 양자 개념을 모두 포함하는 상위개념으로, 상품의 원산지를 표시하는 동시에 원산지에 의존하는 제품의 품질 또는 특징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는 표지를 말한다.
상표는 자신의 상품을 타인의 상품과 식별되도록 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것을 말하는데 지리적 표시는 이러한 상표의 일종이다. 상표와 지리적 표시 모두 재화를 식별하기 위해 사용되지만 상표는 ‘생사자’를 식별하기 위해 기업 또는 생산자 연합(회원 포함)을 나타내는 반면, 지리적 표시의 경우 ‘장소’를 식별하는 데에 한정이 되어 있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지리적 표시 보호를 언급한 최초의 국제조약은 산업재산권의 국제적 보호를 위하여 체결된 파리협약(1883년)이며, 이후 마드리드협정(1891년)과 리스본협정(1958년)에 원산지 명칭의 보호 등과 같은 관련 내용이 포함되었으나, 이 협약들은 강제력이 없는 무역협정이라는 점에서 국제협약으로서의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이후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하면서 ‘무역관련지식재산권협정(agreement on Trade-Related Aspects of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TRIPs 이하 TRIPs)의 채택을 통해 지리적 표시3가 협약국들 사이에서 국제규범으로 실질적 효력이 발생하기 시작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9년 1월 개정된 농산물품질관리법에 지리적 표시제를 도입하여 2000년부터 전면 실시하였다. 또한 2005년부터는 상표법에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제’를 지정함으로써 농축산물, 임산물, 수산물뿐 아니라 공산품도 지리적 표시를 법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었다.

1 상품의 품질이 자연적이며 인위적인 것을 포함한 지리적 환경에 기초한 경우에 한하여 그 상품이 특정 지역에서 기원했다는 것을 나타내는 명칭(리스본 협정 제2조 제1항)

2 일정한 상품이 특정지역에서 기원했다는 것을 나타내는 단어, 기호, 색채 또는 도안을 나타내는 것(파리협약 제1조)

3 TRIPs 제22조에서 지리적 표시는 ’상품의 품질, 명성 또는 그 밖의 특성이 본질적으로 지리적 근원에서 비롯되는 경우 회원국의 영토나 지역, 지방을 원산지로 하는 상품임을 명시하는 표시‘로 정의








TRIPs 협정에서 지리적 표시에 대한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원산지 외의 곳에서 생산된 상품이 허위 표기를 통해 일반인의 혼동을 야기하는 것을 금하고 있으며, 오인이나 혼동을 유발할 우려가 있는 지리적 표시가 포함된 상표의 등록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포도주나 증류주의 경우 특히 오인의 우려가 없다 하더라도 지역외의 상품에는 해당 지역명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 -  www.viticulture-oenologie-formation.fr 

 


 


 

FTA의 지리적 표시에 관한 규정은 WTO의 TRIPs를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2015년 4월 현재 대한민국은 칠레를 시작으로 EU, 미국을 포함한 49개국과의 11개 FTA협정이 발효된 상태이며 중국, 뉴질랜드 등 4개국과 협정이 타결된 상태이다.
한·EU FTA에서는 한국의 64개 지리적 표시와 EU의 162개 지리적 표시 상표를 상호 보호해주기로 약정을 맺었으며, 여기에는 메독, 보졸레, 브고뉴, 마고 등 프랑스 와인 및 아이리시 위스키, 코냑 등 주류 80종류가 포함되어 있다. EU의 경우 오래된 역사로부터 비롯한 다양한 전통 문화와 제품을 보유하고 있어 여타 국가의 FTA 보다는 좀 더 자세한 내용의 보호조항을 두고 있다. 또한 한·미 FTA는 자국의 지리적 표시를 용이하게 보호하기 위한 미국의 요구에 의해 증명표장제도가 국내 상표법에 도입되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이미지 출처 - http://www.fta.go.kr/main/info/info/nation/
 

 



국내법상에서 지리적 표시는 상표법 상의 지리적 표시 증명표장 및 단체표장을 비롯해 농수산물 품질관리법,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불공정무역행위 조사 및 산업피해구제에 관한 법률, 그리고 주세법 및 주류의 상표사용에 관한 위임고시 등에 의해 다층적 보호가 가능하다. 그 중 등록을 통한 적극적 보호의 성격을 띠는 상표법에 의한 보호와 농수산물품질관리법에 의한 보호에 관해서 알아보자.
 


 





상표라 함은 상품을 생산, 가공, 증명 또는 판매하는 것을 업으로 영위하는 자가 자기의 업무에 관련된 상품을 타인의 상품과 식별되도록 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것으로써4, 지리적 표시와 가장 가까운 법적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지리적 표시는 2005년 시행 상표법부터 단체표장의 형식으로 보호하는 조항이 추가되면서 최초로 규정되었으며, 이후 한·미 FTA의 합의에 따라 지리적 표시 증명표장이 도입되게 되어 2011년 12월 개정이 이루어진 이후(2012년 3월부터 시행) 현행 상표법의 형태로 유지되고 있다. 다시 말해 국내 상표법상으로 지리적 표시는 단체표장 혹은 증명표장5 두 가지 방법으로 등록을 통한 보호가 가능하다.

4 국내 상표법 제2조 제1항 제1호의 상표의 정의규정

5 상표법상 증명표장은 기능과 특징에 따라 첫 번째 상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을 증명하기 위한 것, 두 번째 특정 지역에서 생산되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것, 세 번째 특정 노동조합에서 생산되거나 제공되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것으로 구분될 수 있음  
참고 - http://www.designmap.or.kr/ipf/IpTrFrD.jsp?p=177
 



  

단체표장은 조합이나 협회 등 일정한 단체의 회원에 의해 사용되고 그 회원임을 나타내기 위하여 사용되는 상표 또는 서비스표를 말한다. 단체표장은 표장을 사용하는 자가 해당 단체의 소속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출처표시’의 기능이 주된 기능으로 품질보증의 기능은 부차적인 점에서 상표와 유사하고 증명표장과는 차이가 있다. 또한, 두 표장 모두 2인 이상의 다수에 의해 사용되기는 하지만, 단체표장은 상표권자인 단체와 그 구성원만이 그 표장을 사용할 수 있고, 증명표장의 경우 소유권자는 해당 표장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점에서 사용주체 역시 다르다. 현재 대한민국을 비롯한 미국, 영국, 중국 등의 국가에서 단체표장과 증명표장 모두를 함께 운영하고 있으며, 두 표장 중 한 가지만 운영하는 국가도 다수 존재한다.

 


※이미지 출처 - http://www.openchang.com/news/articleView.html?idxno=3270
 



 



농수산물품질관리법에 의한 지리적 표시6의 보호는 지리적 특성을 가진 우수농산물 및 그 가공품의 품질향상과 지역특화산업 육성에 그 목적이 있다. 상표와 마찬가지로 등록을 통해서 가능하지만, 상표법에서는 지리적 표시가 사용되는 대상을 상품이라고 규정함으로써 사용대상을 공산품에까지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반면, 해당 법에서는 농수산물이나 농수산가공품에 한정하고 있다.
지리적 표시가 농수산물품질관리법에 의해 보호 받기 위해서는 특정지역에서 지리적 특성을 가진 농수산물 또는 농수산가공품을 생산하거나 제조·가공하는 자로 구성된 법인7이 농림축산식품부장관 또는 해양수산부장관이 정한 등록제도에 따라 등록과정을 거쳐야 하며8, 2014년 10월 기준으로 92건 13천호가 등록되어 있다.

6 농수산물품질관리법에서는 ‘농수산물 또는 농수산가공품의 명성·품질, 그 밖의 특징이 본질적으로 특정 지역의 지리적 특성에 기인하는 경우 해당 농수산물 또는 농수산가공품이 그 특정 지역의 특성에 기인하는 경우 해당 농수산물 또는 농수산가공품이 그 특정지역에서 생산·제조 및 가공되었음을 나타내는 표시‘로 정의

다만 지리적 특성을 가진 농수산물 또는 농수산가공품의 생산자 또는 가공업자가 1인인 경우에는 법인이 아니라도 등록신청을 할 수 있다

농수산물품질관리법 제 32조
 


※이미지 출처 -  http://mafra.go.kr



 



교통 통신의 발달로 국가 간의 경계가 점차 무너지고 있으며, 세계 경제는 얽히고설켜 더 이상 어느 한 국가가 단독으로 존재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을 인식한 각국은 FTA 등을 통해 서로 무역 장벽은 낮추고 보호 장벽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같은 아시아권인 중국과 일본이 FTA 체결에 다소 소극적9인 것과 대조적으로 이미 미국, EU 등 핵심 경제 강국들과의 FTA가 발효 완료된 상태이며, 점차 협약국을 확대시키고 있어 무역 강국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FTA 협상 과정에서 지식재산권의 보호는 주요 의제 중 하나이며, 특히 상표법 분야에서 지리적 표시는 자국의 무역이익과 직결되기 때문에 매번 논의되는 핵심 쟁점 중 하나이다. 유럽의 경우 이제는 글로벌 푸드라 해도 손색없는 와인, 치즈 등 자국의 전통 제품에 대한 보호를 위해 상당수의 지리적 표시의 보호와 자세한 보호 조항을 상대국에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보호를 요청한 지리적 표시는 보성녹차, 고려홍삼, 고려수삼, 진도홍주 등 매우 제한적인 수에 그치고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나라 전통 제품의 세계화를 위한 발판으로 지리적 표시의 선제적 보호는 필수적이라 할 수 있으므로, 보호를 요청할 지리적 표시 발굴에 국가와 지역사회 모두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길 기대해본다.

‘15년 4월 기준 현재 일본과의 FTA가 발효된 국가는 칠레 1개국, 중국은 ASEAN, 뉴질랜드, 싱가포르, 스위스 등 10개국이며 여기에 미국과 EU는 포함되지 않음 




참고 문헌
특허청, 국내외 지리적 표시의 효과적인 보호 방안 및 국내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 제도의 활성화 방안, 2007
육소영, FTA 지리적 표시와 국내 이행에 관한 법제연구, 2014


참고 사이트
http://www.kipo.go.kr
http://www.fta.go.kr/
http://www.mofa.go.kr/
http://www.naqs.go.kr/

 

글 / 디자인맵 편집부


출처 : ⓒKI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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