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특허/디자인/상표 소식

패러디, 지식재산권으로 보호가 가능할까?-디자인법,저작권법, 에르메스, 상표의 손상(tarnishment)에 의한 희석화(dilution),상표권침해, 부정경쟁방지법

 





유튜브 조회 수 7억 건을 돌파한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SNS의 날개를 달고 원작 발표 후 빠르게 확산되며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각종 패러디(parody)1 영상을 등장시켰다. 패러디 영상은 원작과는 또 다른 재미와 이슈를 만들어 내며 원작인 ‘강남스타일’을 더 크게 입소문(viral) 내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가수 ‘싸이’는 CNN, ABC, 로이터통신과 같은 주요 외신에 소개되고 빌보드 차트 2위, 영국과 중국 음악차트 1위에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SNS의 발달로 이전보다 더 큰 파급 효과를 가지며 다양한 매체, 콘텐츠와 결합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패러디. 과연 패러디스트(parodist)가 주의해야 할 지식재산권 침해 유형은 무엇이 있을지, 그리고 그들의 창작성은 보호될 수 있을지 등 패러디와 관련된 지식재산권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자.


1
특정 작품의 소재나 작가의 문체를 흉내 내어 익살스럽게 표현하는 수법. 또는 그런 작품. ※출처 : 국립국어원




‘패러디’란 널리 알려진 원작을 흉내 내거나 과장하여 왜곡시킨 것을 대중에게 알림으로써 원작을 비평하거나 웃음을 이끌어내는 것을 말한다.2 TV광고나 드라마, 문학작품 등 장르를 불문하고 유명 작품의 일부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차용하는 형식은 이미 오래전부터 사용되어온 창작형태이다. 중요한 것은 남의 것을 그대로 따라 하기만 하는 모방이나 표절이 아닌 자신만의 스타일로 변화시킨 ‘성공적인 패러디’여야 한다는 점이다. 한 예로 패러디 일러스트가 담긴 그래픽 티셔츠로 유명해진 GLENNZ라는 곳이 있다. GLENNZ 공식사이트에서는 각 일러스트에 대한 인기투표가 가능한데, 많은 사람의 선택을 받은 인기 그래픽 티셔츠 ‘WHEN ANIMALS ATTACK’는 패러디 기법을 활용하여 재미있고 효과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야생 팬더의 얼굴을 공포영화 ‘스크림(Scream)’의 유명 캐릭터 ‘고스트 페이스(Ghost face)’로 패러디하여 원작 영화 캐릭터에서 느껴지는 공포심과 두려움을 ‘귀여워 보이지만 야생동물은 위험할 수 있다. (They may look all cute and cuddly, but you can never trust a wild animal.)’는 메시지로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 고스트 페이스가 여주인공 시드니를 쫓는 영화 속 장면을 그대로 표현방법만 일러스트로 바꿔 티셔츠 도안으로 사용했다면 이는 패러디가 아닌 원작에 대한 ‘표절’ 혹은 ‘무단 도용’이 될 수 있다.


2 [첫 번째 시간 : 패러디물의 저작권 침해에 관하여] 키플&리플의 지재권 돋보기, 한국지적재산권법제연구원, 지적재산권, 2008.1, 114쪽




미국의 유명 패러디 사진작가 리처드 프린스(Richard Prince)는 항상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는 ‘카메라’를 사용하지 않는 ‘사진 작가’로, 사진을 전공하지도 전문적으로 배우지도 않았다. 그는 잡지광고와 같이 기존에 다른 사람이 찍은 사진들을 차용해 또 다른 에디션으로 작품화하는 ‘Rephotograph’라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켰다. 리처드 프린스를 세계적인 스타로 만든 아래의 ‘무제-카우보이’ 시리즈는 미국의 ‘강인한 남성’을 상징하는 아이콘인 ‘말보로(Marlboro)’ 담배광고를 그대로 패러디한 것으로 2005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100만 달러에 팔리기도 했다.

이러한 프린스의 성공과 동시에 발표하는 작품마다 미술계의 정통성, 저작권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원작자인 사진작가 패트릭 카리우(Patrick Cariou)의 ‘Yes Rasta(좌)’ 작품을 허락 없이 사용한 프린스의 ‘Canal Zone(우)’연작은 저작권 침해로 피소되어 2년 반 간의 법적 공방으로 이어졌다. 프린스는 그의 작품에 카리우의 ‘Yes Rasta’의 사진을 차용한 것은 인정했지만, 원작을 완전히 변형한 ‘정당한 사용(fair-use)’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용한 원작의 양과 중요성 등을 고려할 때 ‘정당한 사용’이라고 볼 수 없고 이미지 사용 동의나 라이선스 문의 등에 대한 노력이 없었으며, 결과적으로 프린스의 작품 때문에 카리우 작품의 판매 시장이 손해를 입게 되었다는 근거를 들어 미 지방법원 재판부는 카리우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에 아직 팔리지 않은 ‘Canal Zone’작품은 물론이고 전시 책, 슬라이드, 디스크 등 저작권을 침해하는 작품 및 작품을 복제를 할 수 있는 모든 물품에 대해 반환 및 폐기하라고 판시했다.3

이처럼 원작을 의도적으로 베낀 ‘표절’이 아니더라도 패러디는 근본적으로 원작의 모방과 변형을 전제로 하며 원작자의 의도와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저작권 분쟁이나 다른 지식재산권과 저촉관계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경우 구체적인 저작권법상으로는 저작권자의 동일성 유지권4  및 복제권, 2차적 저작물 작성권5  등의 침해로 간주할 가능성이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3 “이제 함부로 패러디도 못하겠네!” 美유명작가 프린스 패소, <헤럴드 경제>, 2011/04/19 09:33 http://view.heraldcorp.com/view.php?ud=20110419000159&cpv=1 (2012/09/11-접속날짜)
 “Patrick Cariou wins copyright case against Richard Prince and Gagosian”, <HE ART NEWSPAPER>, 2011.03.21
http://www.theartnewspaper.com/articles/Patrick+Cariou+wins+copyright+case+against+Richard+Prince+and+Gagosian/23387(2012/09/19-접속날짜)
저작인격권, 저작자는 그의 저작물의 내용•형식 및 제호의 동일성을 유지할 권리를 가진다. (저작권법 제13조 제1항)
저작재산권, 저작자는 그의 저작물을 복제할 권리와 그의 저작물을 원저작물로 하는 2차적저작물을 작성하여 이용할 권리를 가진다. (저작권법 제16조, 제22조)




성공적인 패러디는 기존의 지식이 반전되었을 때 나타나는 ‘유머러스한 효과’와 ‘분석적 효과’가 이중구조로 형성되어 교묘함이나 놀라움이 만드는 재미를 유발한다.6  잘 알려진 영화나 예술작품과 같은 문화 콘텐츠 뿐만 아니라 기존의 익숙한 제품이나 상표 또한 자주 패러디의 대상이 된다. 특히 상업적인 비교광고나 위트를 목적으로 한 디자인 상품에서 그 예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Coca Cola’에서 사용하고 있는 동일한 글자체와 색상을 사용한 ‘Enjoy Cocaine’ 포스터와 티셔츠가 제조되어 Coca Cola측에서 ‘상표의 손상(tarnishment)에 의한 희석화(dilution)’를 이유로 제소했던 사례가 있었다. 피고측은 ‘Enjoy Cocaine’은 풍자를 담은 패러디로서 소비자에게 혼동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재판소는 모독행위에 따른 상표의 희석화를 인정하고 피고에게 해당 포스터와 티셔츠 판매를 금지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7  단순한 풍자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식품의 성분으로 오해하거나 본 제품에 대한 혐오감을 느끼게 할 가능성을 방어하기 위한 ‘Coca Cola’측의 선제 행동으로 보인다.

상품을 판매하는 기업의 나쁜 행태를 비판하거나 유해성을 알리기 위해 패러디라는 도구를 이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소비자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패러디 상표를 사용한 상품 등이 기존 상표와 제휴했거나 같은 회사의 제품이라고 혼동할 가능성(likelihood of confusion)이 있거나 기존 상표의 품질보증기능을 침해하였을 때는 공정한 시장 경쟁을 저해할 수 있으니 이에 따른 상표권 침해8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9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 다른 사례는 Thursday Friday(이하, T/F)사의 ‘투게더 백(Together bag)’ 소송이다. 고가의 명품가방을 열망하는 여성의 심리를 보다 저렴한 가격에 충족시켜주려는 투게더 백은 비슷한 모조품을 제작하는 ‘짝퉁’이 아닌 샤넬, 에르메스, 발렌시아가 등의 명품가방의 앞, 뒤, 옆, 바닥면을 고해상도 사진으로 캔버스 가방에 프린트한 ‘명품 패러디’ 가방이다. 그 중 패러디의 대상이 된 에르메스는 자사의 버킨백 디자인은 그 자체로 일종의 식별력이 있는 상표라 할 수 있으며, T/F사의 투게더백이 버킨백의 명성과 인지도에 편승해서 에르메스 상표의 ‘희석화(dilution)’로 인한 상표의 ’손상(tarnishment)’을 야기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에 T/F는 버킨백은 법적으로 등록된 상표(enforceable trademark)가 아니며 투게더백은 유머와 아이러니를 담은 ‘패러디 상품’으로 외관상 버킨백과 전혀 유사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팽팽한 논의 끝에 두 당사자는 합의에 도달했지만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Thursday Friday 판매사이트(http://www.thufri.com)에서 버킨백이 프린트된 가방은 찾아볼 수 없게 된 것으로 보아 최종적인 판단은 추측에 맡기겠다.10  

투게더 백과 비슷한 콘셉트의 ‘진저백(ginger bag)’은 버킨백의 가죽 질감과 바느질 자국, 가방의 입체감까지 프린트한 것으로 국내에서 약19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국내에서 진저백은 한 때 품절 사태가 빚어지고 대기자 명단이 생길 만큼 인기였다. 따라서 T/F와의 소송과 같이 에르메스가 진저백에게도 버킨백 제품 자체를 상표 혹은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로 주장하며 침해 혹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을 주장하게 될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추가적으로 키프리스(www.kipris.or.kr) 검색 결과, 국내 디자인보호법상으로만 보았을 때 패러디의 대상이 된 에르메스 가방의 디자인권(출원번호 : 3019990016686)은 현재 소멸한 상태이므로 진저백에 대한 디자인적인 소유권 주장은 어렵다. 그러나 진저백에 프린트된 가죽 모양의 직물지는 무심사 품목으로 진저백의 국내 판매업체인 서와홀딩스㈜에 의해 국내 특허청에 등록(출원번호 : 3020110033670, 3020110033669, 3020110033668)되어 있는 것이 흥미롭다.


6
김응화, <소비자 트랜드 변화에 따른 패키지디자인의 다기능 현상에 관한 연구>, 디자인학연구 Journal of Korean Society of Design Science 통권 제57호 vol.17 No.3, 37쪽
미국 상표법·제도에 관한 분석 및 시사점, 특허청, 유미특허법인, 2006.7.10, 94쪽
 
상표법 제66조 제1호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 가목
10 패러디 디자인(parody design)은 어느정도까지 허용될까?, <지재권 소식 블로그>, 2012.05.13, http://ipporn.net/zbxe/IPR/10205
(2010/10/29-접속날짜)



 
최근 여러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1980~1990년대 노래가 새롭게 재해석되면서 시간 속에 묻혀 지냈던 원곡과 리메이크곡 모두 사랑받고 있다. 이처럼 ‘성공한 패러디’는 패러디와 그 대상이 되는 기존 디자인 및 상표 등의 식별력과 인지도가 함께 높아지는 win-win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더불어, 패러디스트의 창작성도 보호되고 지식재산권적 규제에서도 더 자유로울 수 있다. 반면, 단순히 원작을 그대로 따라 하거나 원작에 지나치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 주는 ‘실패한 패러디’는 저작권, 상표권, 디자인권 등 기존 상표 및 디자인권자의 권리 침해와 소송 위험이 끊임없이 따라다닐 수 있다. 실패한 패러디란, 패러디스트의 의도나 패러디 작품의 의미가 분명하게 구현되지 않으며 원작의 의미를 모르면서 모방하거나 원작을 무차별적으로 파괴하는 것, 원작을 너무 많이 인용하거나 판에 박은 듯이 원작을 모방•인용한 것 등을 말한다.11 패러디는 다양한 매체, 콘텐츠와 결합하여 하나의 새로운 문화 및 산업영역을 만들고 있으며, 이는 문화와 산업의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지식재산권의 보호 목적에도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패러디도 하나의 장르로서 지속해서 많은 새로운 시도가 지향되어야 할 것이라 여겨진다.
 
11 [첫 번째 시간 : 패러디물의 저작권 침해에 관하여] 키플&리플의 지재권 돋보기, 한국지적재산권법제연구원, 지적재산권, 2008.1, 114쪽

글 / 디자인맵 편집부

출처 : ⓒKIPO

 

 

 

 

특허/디자인/상표 길잡이 브레인국제특허 http://brainasset.net 

대표전화 02-869-0787